필요에 의해서 교회에 가게 되었고 아직도 신실하지 못한 교인으로 살고 있는 요즘.

예배 중 딴 생각에 잠겨 딴 짓을 하다 불현듯 내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는 곧 내 스스로 나의 현재를 부정하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도 없는 그야말로 허송세월이었다.

그때 떠오른 단어 카르페디엠...

현재에 충실하라는 이 고루한 말이 나를 사랑하기로 한 나에게 그 어떤 말보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암을 극복한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어느 순간이든 충실하지 못한 태도로 내 삶을 꾸려갈 순 없었다.

일하기 싫어 딴짓, 예배보기 싫어 딴짓, 엄마랑 있을 때도 딴짓....

업무적으로 태만, 교회에서는 기만, 가정에서는 오만

마흔에 깨달았다.

현재에 충실한 삶이 곧 나를 사랑하는 일이란 걸....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

가족들의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간을 함께 하는 것.

이러한 시간들이 쌓여 나를 만들고 내 인생을 아름답게 해 줄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카르페디엠의 진짜 가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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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업무란 것.  (0) 2022.12.24

올 9월에 복직했다.

지난 1년 투병하면서 내가 이 정도까지 다시 일을 해낼 줄 몰랐다.

치료 휴유증과 나이 때문에 업무능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래 경력이 안되서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면 다른 부분에서 채워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지각 한번 없이, 게으름 없이 성실함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내가 맡은 업무에 있어서 남에게 손 안벌리고 피해 안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나는 업무 태도란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업무 태도란 결국 사람관계다.

모두가 말한다. 

직장생활은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고...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은 잘 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업무자체는 그러저럭 노력을 통해서 익히면 되는데 사람관계는 그렇게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관계가 힘든 원인이 뭘까.

유독 나와 연결되어 있는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착한사람 코스프레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내게만 업무를 불성실하게 처리하도록

여지를 준 것 아닐까 생각하다 이제 착한사람 코스프레는 그만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좋은게 좋은거다'하고 둥글게 나도 대충 넘어가줄테니 너도 대충 넘어가줘 이런 인식이 

나에게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업무태도가 착한 것도 아니고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아닌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다고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그냥 무기력, 무능력일 뿐이다.

그렇다고 눈에 힘 잔뜩주고 업무 분위기를 불편하게 몰아가려는 건 아니다.

아닐 때는 강하게 어필해야 그 사람도 제대로 알거고 나도 감정으로 남기지 않을 수 있어서다.

 

오늘 자기계발 컨텐츠를 이것저것 찾아보다 참 많은 생각을 오랜만에 가지게 되었다.

나는 줄곧 인간관계로 인한 회사생활이 정 못견디게 힘들면 예전처럼 정신적으로 괴로워하지 말고

당장 그만두려는 마음이 컸는데 24년을 근무하고 50대에 은퇴하신 분이 은퇴이후의 삶이 너무 즐겁다는

얘기에 은퇴 후 즐겁다는 말보다 24년을 근무하고 은퇴했다는 사실에 더 눈길이 갔다.

나는 왜 이렇게 경력을 오래 끌고 가지 못하고 항상 그만 둘 궁리만 하고 있을까 아쉬웠다.

 

나도 어느 한자리에서 10년은 일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사람 인생에 일이 정말 중요한데 내가 이렇게 단기적인 커리어만 가지고 끝내는 것이

지금은 몰라도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후회로 남는 건 아닐까.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지금 그만두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10년이라도 해보고 관두면 뒤돌아봤을때 보람이라도 남지 않을까여서다.

그래 오래오래 일해보자. 그럼 오래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위에서 말한 나의 업무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참... 시간 속절없이 흐른다.
당장 오늘만 해도 그렇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오후 4시반....
내 나이 마흔.
시간이란 참 소중하기도 하찮기도...
노인들이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고 하는게 
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따라갈 기운이 없어서다.
움직임 보다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하고 
기운을 차리고 보면 어느덧 시간은 다 지나가 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따라가기가 벅차다.
내 삶은 참 공허하게 흐른다.
꽉 채워 메우기도 싫다.
널널하게 지내는게 좋아 그 여유로움 속에 웃음 한스푼 들어가면 더 좋고
때로는 너무 비어서 허전할 때도 있지만 
시간을 이기고 싶지도 너무 오버하고 싶지도 않아서 비워두기로 한다.
어떤 알 수 없는 일이 내게 넘쳐 흐르지 않게...
조금은 마음의 공백을 가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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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했다고 이렇게 피곤한지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8시에 집에서 나와 9시반에 김포공항 도착
제주관광센터 둘러보고 입구수속 후 빌라드샬롯에서
라떼 하나 마시고 생체등록기기가 있어 시간이 조금 남아서 등록하고 출발 10분전 뱅기에 탔다.
정확히 12시 15분 제주공항에 도착했고
카카오택시 불러서 신라스테이에 짐 맡기고
반바지 젤리슈즈로 갈이입고 세화해변으로 갔다.
2시반 연미정에서 점심으로 전복솥밥을 먹고
세화해변으로 가서 발담그고 사진 찍고
배터리가 나가서 카페 라라라에서 충전 좀 하고
당근쥬스 마시면서 엽서에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고
시간 좀 보내다가 피곤이 몰려와서 부랴부랴 급행버스
타고 다시 신라스테이로 가는 중. 개피곤.ㅡㅡ"


한 여름의 뜨거움이 서린,
7월의 한가운데 오늘 나는...

그제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어제는 가을처럼 선선한 바람에 춥더니
오늘은 더위에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오늘도 난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환자가 되어 휴직 중인 내가 아침부터 카페에 와 하는 일이 고작 이거다.
시시하지만 재미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 조화로운 사회를 구성한다.
오늘도 미사지구의 아침은 아름답다.

오픈 첫 손님에게 복숭아얼그레이를 제조하여 건네는 카페 알바,
평일 오전 상점들 사이로 반려견을 산책 시키고 있는 여자,
카페 창문 넘어엔 해탈한듯 폰을 바라보고 있는 라이더,
카페에서 여유롭게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휴직중인 환자,
뒤따라 들어와 뒷자리에 앉아 조곤조곤 통화하는 아저씨...

사실 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오늘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업무공부도 해야하고 책도 봐야하고 글도 적어야 하고...
요즘 푹 빠진 드라마 우영우, 안나도 봐야하고...
아직 한 개도 시작 못했다.

이제 곧 복직인데 업무가 걱정이 되서 미리 공부해야 한다.
이직한지 얼마 안되서 질병휴직한거라 복직후에는 다시 쌩초짜다.
내 업무는 누가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그런 일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공부해서 터득하고 눈치껏 잘해야 하는 일이다. 왕부담.

그렇지만 못 해낼건 없다.
항상 그렇듯 걱정만 해선 걱정스러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낙관주의자답게 안될 건 없다 생각하고 이제 공부하면 된다.

사람 구경 이만하고 이제 내 일을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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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을 두 달여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사람들 속 평지풍파를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상처 받지 않고 단단한 마음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쉬는 동안 이만한면 치유됐고 회복된거니 난 괜찮다.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이 불안한 마음은 쉬이 물러날 줄  모른다.

앞으로는 비바람이 닥치면 쓰러지지 말고

미련 없이 비켜나자 각오도 했다.

이 굳건한 마음이 나를 지켜 줄거라고 

스스로 다짐 다 해봐도 

왜 이렇게 모든 것이 걱정스러운걸까.

세상은 약한 사람을 알아본다.

그러니 강해져야만해.

내가 사회에서 터득한 한가지는 이거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난 생각이 너무 많다.

때론 웃고 넘겨야 할 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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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유난히 죽음이 두려웠다.

어릴적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 때문이다.

그 일은 내게 죽음에 대한 공포, 가족의 상실, 존재의 의미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주고 내가 살아오는 내내 어두운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오래 슬퍼했더니 행복하다는 게 뭔지 모르게 되었다.

마음 한 구석이 부서진채로 나는 어떤 일을 해도 누구와 만나도 진짜 나일 수 없었다.

황폐화된 마음이 결국 병을 불러왔다.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했던 나에게 누구보다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죽음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지니 나는 한결 가벼워졌다.

아프기전엔 불행과 집착과 슬픔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 죽고 싶을 정도로 크게 여겨지지 않는다.

 

오로지 나, 오로지 현재, 오로지 내 마음만 보여서 일까.

걱정도 걱정이 아니고 두려움도, 실망도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 앞에 이런 부정적인 일과 감정은 사치니까.

행복만이 죽음을 준비하는자의 가슴에 살 수 있다.

 

어쩐지 이제 마음이 가볍다.

이제는 오래 살고 싶다.

고령에 죽는다는 건 축복이다.

우리 아빠가 노인이 된 걸 본 적은 없어서일까.

난 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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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게될지 아닐지…
왜 먼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걸까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현재에 만족하지 못 하고 있어요.
지금 행복에 집중하고 싶은데 자꾸 불안해요.
어릴땐 결핍이 힘들었지만 이젠 아닌데
이만하면 살만한데 생각이 많아요.
이 만큼 살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에요.
아무걱정 없이 사는게 그게 행복이에요.
누가 그랬죠.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도 없는게 행복이라고…
잠 들려다가도 핸드폰을 자꾸 쳐다보고
새벽에 뒤척이면서 고민에 잠 못드는 시간을
없애고 나를 위한 행복한 시간을 보내봐요.
즐겁게 저녁을 먹고 공원 한바퀴 돌면서
선선한 바람을 느껴요.
맑은 공기에 깊게 심호흡하고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서 푹자고 상쾌하게 일어나요.
에너지 넘치는 하루하루가 당신과 사람들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만들어 줄거에요.
그렇다고 매일매일 행복할 필요 없어요.
대신 걱정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요.
마음에 담아 놓지 말고 항상 정확하게 표현하고
툭 털어내요.
이제 좀 편안해져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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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이란 가수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가요탑텐에 달의 몰락이 1위후보로 나왔을 때다.
그때 그 시절 어린 나는 그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노래도 시대와 나이와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바뀐다.

내가 김현철이 갑자기 좋아진게 몇 가지 노래가 떠올라서 찾아보다
노래 하나하나에 담긴 스토리를 알고 나서부터 급 공감대가 생겨서다.
그리고 노래를 듣다보면 풋풋하기도 하고 싱그럽기도 하다가

슬프기도 하고 그리워지기도 하는 추억이 몽글몽글해진다.

20대 연애할 때 '연애'란 노래를 줄창 들었는데 그때 설레임이 떠오른다.
'그대안의 블루'란 노래는 영화 그대안의 블루 포스터 속 안성기 강수연이 있는 90년대 풍경이 떠오르고
'머스트세이굿바이'란 노래는 동네 비디오 가게 문 앞에 붙어 있던 시월애 포스터의 예쁜 전지현이 떠오른다.
'거짓말도 보여요', '결혼도 못하고'란 노래는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로 김현철님은 듀엣곡이 명곡이 많은데
난 차은주님과 부른 '그대니까요'가 제일 꽂힌다. 라이브를 봤는데 당시 차은주님 보컬이 엄청나다.

일상생활에 배경음악으로 김현철의 여러 노래를 들으면서 느꼈던건
가사가 되게 설레는데 음색이 굉장히 차분하다는 거다.
그리고 묘하게 지적인데 친근하다. '동네'같은 노래가 대표적.
어릴 적엔 그 감성을 몰랐고 살면서 이제 그 감성을 다 겪었는지
외로울 때 '사랑하오' 같은 노래 들으면 눈물이 줄줄 주접이..ㅋㅋ

그나저나 김현철님 코디는 누가 해주는지, 어디서 쇼핑하는지 옷입으시는 센스가 남다르다.
귀티 줄줄나는 옷하고 안경, 선글라스, 목도리 코디가 참 세련되고 멋진단 말이지.
90년대에 안경줄, 흰티에 니트, 파란남방에 넥타이, 까만바지에 청자켓, 정장에 가죽자켓.... 워 센스👍 

김현철이란 사람과 노래는 앞으로도 계속 파 볼 생각이다.

치료종료 3개월차 4월에…

노을이 내려앉은 저녁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니
제법 따뜻해진 밤공기가
내 얼굴에 기분 좋게 닿는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보라스름한 노을에
행복한 마음이 일렁인다.

평소 보다 조금 늦은 저녁
급하게 들어온 엄마가
쑥국을 끓인다며 바삐 움직인다.

난 열심히 저녁밥을 먹고 옆에서
엄마는 씀바귀를 다듬으며 말한다.

"엄마가 너 먹일라고 씀바귀도 뜯었어.
엄마는 이런 거 하면 힐링돼."

난 흐뭇해지고 기분이 좋다.
이 행복을 놓고 싶지 않다.

오늘 살아 숨쉬고 있어서 행복했다.
행복은 내게 슬픔을 가져다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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